묵상가이드 커버 —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1장 1-7절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1:1-7)

오늘의 말씀

[인사] (우리말성경)
1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바울과 형제 디모데는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와 온 아가야에 있는 모든 성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2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고난 중의 위로]
3 하나님, 곧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자비의 아버지, 모든 위로의 하나님께서는 찬양받으실 분입니다.
4 그분은 우리의 모든 환난 가운데서 우리를 위로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 인해 우리도 환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5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치는 것같이 우리의 위로도 그리스도를 통해서 넘칩니다.
6 우리가 고난당하는 것도 여러분을 위로하고 구원하기 위한 것이요, 우리가 위로받는 것도 여러분을 위로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위로가 여러분 가운데 역사함으로 여러분이 우리가 당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고난을 당할 때도 잘 견뎌 내게 된 것입니다.
7 여러분에 대한 우리의 소망은 굳건합니다. 여러분이 고난에 함께 참여하는 것처럼 위로에도 함께 참여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배경 설명

바울과 고린도교회 사이에는 아픈 일이 많았습니다. 그가 개척한 교회였고 1년 6개월을 머물렀던 곳인데, 편지가 오가고 한 번 다녀가는 사이에 관계가 깨졌습니다. 근심 가운데 다녀온 방문이 있었고, 많은 눈물로 쓴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 후 바울은 에베소를 떠나 드로아에 이릅니다. 복음의 문이 활짝 열린 좋은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곳에 머물지 못합니다. 고린도의 소식을 들고 올 디도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역의 문이 열려 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아 그 자리를 떠나 마케도니아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마침내 디도를 만나 화해의 소식을 듣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 안도의 자리에서 쓰기 시작한 편지의 첫머리입니다. 그러니까 이 편지의 첫 문장은 갈등이 다 끝나고 나서 쓴 것이 아니라, 막 한 고비를 넘긴 사람이 아직 다음 고비를 앞두고 쓴 문장입니다. 편지 전체의 배경과 흐름은 고린도후서 개론 —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첫 줄에 뭐라고 썼습니까. “하나님의 뜻으로 사도가 된 바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위로를 이야기합니다. 이 짧은 일곱 절 안에 내가 왜 여기 있는가이 자리를 어떻게 견디는가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쉽게 풀어보는 주요 단어

  • 하나님의 뜻으로: 바울은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이 표현을 붙입니다. “내가 원해서 이 일을 하게 됐다”가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셔서 내가 여기 있다”는 선언입니다. 자격 증명이 아니라 책임 소재를 밝히는 말에 가깝습니다.
  • 아가야: 고린도가 속한 로마의 속주 이름입니다. 편지를 고린도교회 하나가 아니라 그 지역 전체 성도에게 보낸다는 뜻입니다. 관계가 깨졌던 교회에게 쓰면서도 바울은 수신인을 좁히지 않았습니다.
  • 위로: 헬라어 파라클레시스는 ‘곁에’와 ‘부르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멀리서 건네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곁으로 불러 세워 함께 서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약속하신 보혜사(파라클레토스)가 바로 이 말에서 나왔습니다.
  • 환난: 원어는 눌리고 짓눌린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가벼운 불편이 아니라 무게에 눌리는 상태입니다. 바울이 이 편지를 쓰는 동안에도 그 무게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목해볼 표현

  1.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바울” (1절)
    • 바울의 이력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대목은 그가 선택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메섹에서 그는 넘어졌고, 눈이 멀었고, 이끌려 갔습니다.
    • 그래서 이 문장은 겸손한 표현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진술입니다. 자기가 여기 있는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지 않는 사람의 문장입니다.
  2. “모든 위로의 하나님” (3절)
    • 바울은 하나님을 소개할 때 “모든 문제를 해결하시는 하나님”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없애 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곁에 서 주시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 이 표현이 나오는 자리가 중요합니다. 갈등이 끝난 뒤가 아니라,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자리에서 나온 고백입니다.
  3. “우리가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 인해 우리도 …… 위로할 수 있게” (4절)
    • 위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받은 사람이 통로가 됩니다.
    • 그렇다면 내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이 시간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건네질 재료라는 뜻입니다. 겪는 동안에는 그게 안 보입니다.

본문의 주요 내용

  1. 자기 자리의 근거를 하나님께 둔다 (1절) — 바울은 사도직을 공격받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를 변호하는 대신 “하나님의 뜻으로”라고 한 줄 쓰고 넘어갑니다. 내가 세운 자리가 아니면 내가 지킬 필요도 없습니다.
  2. 혼자 서 있지 않다 (1절) — 디모데의 이름이 나란히 놓입니다. 가장 아픈 편지를 쓸 때에도 곁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3. 위로가 먼저다 (3-4절) — 이 편지의 첫 감사는 상황이 좋아진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환난 가운데 위로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입니다. 형편보다 하나님을 먼저 봅니다.
  4. 고난과 위로가 같은 크기로 넘친다 (5-7절) — 고난이 넘치면 위로도 넘칩니다. 바울은 고난이 줄어들 거라고 말하지 않고, 위로가 그만큼 늘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둘 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오늘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

저는 바울의 자기 소개를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오늘 그는 자기를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자기가 원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의지를 가지셨기에 오늘 여기 있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저도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오늘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이끄셨기에 그 이끄심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이끄심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가는 다음 역 또한 하나의 경유지가 되겠지요.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결국 아름다운 곳으로 주께서 이끄실 것을 믿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늘 걸리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뜻을 도대체 어떻게 아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아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real로 말해 주시지는 않는데, 그럼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아이의 질문이었지만 사실은 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성경은 우리 안에 계신 성령께서 분명하게 말씀해 주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그 인도하심을 구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명 시행착오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두드려 보는 것입니다. 열리면 가고, 닫힌 문이라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여기면 됩니다.

지금 저는 다음 자리를 찾는 중입니다. 만나야 할 분들을 만나 보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순종해 보지 않으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은 정답을 행하는 시즌이 아니라, 답을 찾는 시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오늘 본문의 뒷부분이 들립니다. 답을 찾는 동안 우리는 눌립니다. 그런데 그 눌림 위로 위로가 넘친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 있는 사람은, 그 뜻을 다 몰라도 위로 없이 버려지지는 않습니다.

내 삶에 적용하기

  1. 내 자리의 근거를 오늘 한 번 말해 보기 — 바울은 편지를 열 때마다 자기가 왜 거기 있는지부터 밝혔습니다. 우리도 하루를 열면서 한 번쯤 말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하나님의 뜻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도 이 문장은 유효합니다. 부르심이 곧 나의 정체성 (로마서 1:1-7)에서 보았듯, 부르심은 내 기분과 무관하게 먼저 와 있습니다.
  2. 닫힌 문도 응답으로 세기 — 뜻을 분별하겠다면 두드려 봐야 합니다. 그리고 두드림의 절반은 닫힌 문으로 돌아옵니다. 그것을 실패로 세면 다음 문을 두드릴 힘이 없어지고, 응답으로 세면 지도가 한 칸씩 좁혀집니다. 하나님의 뜻이거든 길이 열리기를 (로마서 1:8-17)에서 바울도 몇 년을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3. 받은 위로를 흘려보낼 자리 하나 정하기 — 4절은 위로가 나에게서 멈추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지금 통과하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같은 자리를 지나는 사람 한 명을 떠올리고, 오늘 연락 한 번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위로는 다 겪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함께 겪는 사람이 더 잘 건넵니다.

생각해보기

  1. 나는 지금 있는 자리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내가 만들어 낸 자리인가, 이끌려 온 자리인가?
  2. 최근에 두드렸다가 닫힌 문이 있는가? 그것을 실패로 세고 있는가, 응답으로 세고 있는가?
  3. 내가 받은 위로 가운데 아직 아무에게도 건네지 않은 것이 있는가? 그것을 누구에게 건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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